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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칼럼-이재명부터 개헌 선언하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4.13 16:36 수정 2025.04.13 04:36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너무나도 치열했던 탄핵 찬반 논란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찬반 세력의 폭력은 아예 볼 수 없었다. 헌재의 명쾌한 판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정치 수준이 국회의원이나 관료들보다 한층 더 높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판결문에 명시한대로 어느 일방적인 다수의 마구잡이식 결정은 대화와 타협을 전제해야 하는 정치를 뒷 걸음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를 계엄이라는 반민주적 방법으로 타개하려는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은 더 이상 국가를 다스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서 6월3일까지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이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선 이재명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실망이다. 탄핵반대를 외치는 측에서도 윤석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싫어서라는 대답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는 12개의 범죄혐의와 5개의 형사재판이 꼬리표처럼 뒷머리에 따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볼 때 마지막 판결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직책으로 봐서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듯싶다. 미국의 트럼프도 대선 직전까지 수많은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지만 연방법원에서 “우리는 사람을 보지 않고 직책을 봐서 판단한다.”고 무죄를 선고한 선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재명은 최고 고수들이 맞붙은 무협지의 검객처럼 윤석열을 무자비하게 이겼다. 누가 뭐래도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다. 그러나 국민은 현재의 헌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새로운 대통령이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현행 헌법은 소위 ‘87체제의 산물이다. 전두환의 항복을 받으며 직선제 개헌에만 초점을 맞춘 이 헌법은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놔뒀기 때문에 38년째 쌩쌩하게 달린다. 8명의 대통령이 이 헌법에 의해서 국정을 운영했는데 하나같이 실패했다. 대통령 그만뒀다고 네명의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감옥에 들어갔고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도 교도소 맛을 봤다.
 
본인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자식들이 줄줄이 갔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꼴이다. 이 모두가 제왕적 대통령을 인정하는 현행 헌법 때문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재명은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가 지금 가장 유리한 대선 후보임을 인정하고 있는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또다시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우리의 정치는 혼란과 분열에 휩싸여 매일 처럼 싸움질에 영일이 없을 것을 우려한다. 이를 광정하기 위해서는 이재명의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 주요정당의 대선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마 치열한 경선을 거칠 것이다. 이 때 이재명의 선수치기가 절실히 요망된다.
 
단연코 개헌을 제창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설왕설래하고 있어도 개헌을 하려면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민주당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이재명 밖에 없다. 그가 먼저 개헌을 하자고 제안한다면 모든 국민은 쌍수를 들어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가 후보가 되고 당선까지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를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도 그의 비운 마음에 갈채를 보낼 것이다. 개헌을 한다고 새로 대통령 된 사람에게 크게 불리할 요소는 전혀 없다. 오직 조자룡 헌칼 쓰듯 마구 흔들어대는 권력의 칼날이 조금 무디어질 뿐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전직들이 스스로를 망쳤던 권력의 철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개헌의 내용은 여야가 합의하면 곧바로 국회에서 의결될 것이고 대통령 선거날 동시 국민투표를 하면 당선 그날부터 새 헌법에 따른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된다. 결심만 선다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권력구조를 내각책임제로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의 권한은 큰 변함이 없다. 다만 지나친 인사권을 전유물(專有物)로 남용할 수 없도록 못 박아야 하고 비대한 대통령실과 경호처를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단원제인 현재의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 정도로 줄이고 100명 안팎의 양원제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선거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수많은 추문과 부정행위로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내 자식 내 친척을 부정 채용하고도 감사원의 직무감사를 부당하다고 말하는 선관위는 폐지하거나 개선하도록 해야된다. 이번에 큰 말썽을 빚은 헌법재판소는 양원제가 실시된다면 폐지해도 무방하다. 의회제도의 선두인 미국은 헌재를 두지 않고 상원에서 탄핵 등의 최종 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탄핵 때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업무중단은 폐지하고 최종 탄핵이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대선이 눈앞에 닥쳐 여야 합의가 잘 안될 때에는 이재명의 결단으로 타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이 개헌을 선언하고 추진할 때 여당은 모든 허물을 내려놓고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의 개헌 선언은 경선에 들어가기 전에 한 시가 빠르게 전개되어야 파급효과가 만점을 기록할 수 있다. 야구로 치면 9회말 만루 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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