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사설/칼럼 사설

사설-전주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 타당한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5.15 17:07 수정 2025.05.15 05:07

전주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주 도심 한복판,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이 부지에 신축 예정인 초고층 아파트가 평당 2,5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에 달하는 고분양가로 공급될 조짐을 보이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는 전주 지역 분양가 중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존 최고가였던 감나무골 아파트의 평당 1,490만 원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시민단체는 가장 작은 평형인 34평(84㎡)조차 9억 원대라는 예상을 내놓으며 실수요자 배제를 우려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단순한 분양가 논란을 넘어, 도시계획의 정당성과 행정의 공정성, 그리고 주거권이라는 기본적 가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에 따르면 전주시가 민간사업자인 ㈜자광에게 부지 용도를 일반공업지역에서 준주거 및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주는 등의 특례를 제공했고,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고밀도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주판 개발 특혜’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전주시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실효성 없는 자문형 분양가심의위원회만을 예고한 채 사실상 시장 자율에 가격 책정을 맡기고 있는 점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주시는 그간 도시 발전을 위해 유연한 행정 지원을 해왔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과가 시민들의 주거 접근성을 위협하고, 지역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양극화를 초래한다면 그 누구도 행정의 ‘성과’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교통영향평가 역시 또 다른 논란이다. 자광 측은 교통 기반시설을 ‘공공기여’라 주장하지만, 홍산로 지하차도와 마전들로 교량 설치 등 약 1,000억 원에 가까운 사업이 결국 시 예산으로 전가됐다는 점에서 실상은 개발자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시민의 혈세로 민간 개발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이번 고분양가 아파트 계획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청년층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전주시 전체 평균 소득을 고려할 때, 9억 원이 넘는 아파트 분양가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분양가는 주변 전월세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주거비 상승과 주거 불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게 일고 있다.

전주시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선 분양가 산정의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공개하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통제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초고층 타워에 대한 ‘동시 착공·동시 준공’ 원칙과 함께, 이행보증증권 등 실질적인 안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며 시민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행정은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시의 외형을 키우는 개발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계획이다. 전주시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민간사업자의 투자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책임 있는 공공 행정의 자세로 접근하길 바란다. 고분양가 아파트의 무분별한 공급이 지역의 미래를 짓누르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저작권자 주)전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