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가 나팔을 분다
뿌웅뿌웅 얘들아 놀자
날씨가 너무너무 좋다
모래가 반짝반짝 빛나
바위틈에 잠자던
두 손 집게 꼬마 게도
그럼 나도 모래위에서
일광욕 해볼까
옆에 있던 새우 할아버지
수염 쓱쓱 쓰다듬으면서
구부러진 등허리 쭉 펴시고
니네들은 좋겠다
나는 모래위에 누우면 숨이 막혀 죽어
모래찜질 하고 싶은 새우 할아버지
속상해서 수염만 자꾸 쓸어내려
수염이 길게 자라 나나봐
□ 정성수의 詩 감상 □
동시는 바다 생명들의 삶과 감정을 인간화하여 풍부하고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소라가 나팔을 분다는 시적 표현을 사용하여 바다가 즐거운 소리를 내는 것을 상징하고, 날씨와 모래의 빛나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바다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또한 게와 새우의 대조를 통해 각자의 생태적 특성과 욕구를 반영하고, 새우 할아버지의 수염을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새우 할아버지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구부러진 등허리를 쭉 펴시고, 모래찜질을 하고 싶어하지만, 모래위에 누우면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새우 할아버지의 나이와 지혜, 그리고 속상함과 아쉬움을 나타낸다. 수염이 길게 자라 나나봐라는 말은 그의 슬픔과 절망을 드러낸다.
동시는 바다의 생명들에게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부여하여 독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