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과 지역이 선정될 예정이다. 전국 각 지자체가 선호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지역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북은 지난 2년여 간 공공기관유치지원단을 중심으로 55개 중점 유치 대상 기관을 상대로 5차례에 걸친 유치 활동을 펼쳐왔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정종복 의원에 따르면 55개 기관 중 대부분이 지방 이전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긍정적 의견을 보인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전북이 핵심 유치 대상으로 분류한 금융, 농생명 관련 기관은 단 하나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의 유치 활동이 기계적인 면담과 단순 논리 반복에 머무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설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기관의 성격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민간에 가까운 기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기관, 산하기관 분산 이전이 가능한 기관 등 이전 방식은 다층적이며 복잡하다.
그럼에도 전북의 전략은 여전히 일률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다. 정치권과의 공조가 필요한 기관은 더 적극적인 여론전과 정책 연계가 필요하고, 민간 논리에 기반한 기관에 대해서는 투자 유치 전략과 연계된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원책 또한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 전북은 ▲금융산업 전담기구 설치 ▲국제금융센터 입주 혜택 ▲지역 채용 요건 완화 등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국제금융센터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았고, 채용 요건 완화는 법령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방안은 유치 대상 기관에 ‘공허한 약속’으로 인식될 수 있다. 오히려 전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 실현가능한 전략을 압축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도내 시군 간 유치 경쟁은 지역 전체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마사회 유치와 관련해 시군 간 갈등이 표면화되었고, 혁신도시 부지 활용 여부를 둘러싼 이견도 분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부 기관과 정부 부처는 전북의 역량 부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유치는 전북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내부 갈등을 종식시키고 ‘한 목소리’로 전략을 모아야 할 때다. 전북도는 시군 간 협의 기구를 구성하고, 유치 대상기관별 역할 분담과 공동 대응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도는 단순한 유치 활동을 넘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전북의 미래 산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기관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이주 직원들의 정착을 위한 주거, 교육, 의료 기반과 함께 가족 친화적 환경 조성 역시 중요한 유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체 있는 유인책은 결국 전북의 거버넌스 역량에서 비롯되며, 이는 행정과 정치, 지역사회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은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다. 실현가능하고 차별화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관별 맞춤형 접근을 통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도내 모든 구성원이 한뜻으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도정 리더십이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소극적으로 머물 수 없다. 전북의 미래는 지금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