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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사설 - 농산어촌 현실 반영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운영이 절실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7.16 11:51 수정 2025.07.16 11:51

정부가 고물가와 고금리로 팍팍해진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을 2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킨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등을 통해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55만 원까지 지급되는 형태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현행 소비쿠폰 사용처 제한 기준은 실질적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사업장으로만 사용처를 제한하는 방침은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상권에는 일정 부분 타당할 수 있지만, 인구소멸과 상권 붕괴 위기에 놓인 농산어촌 지역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용태 의원(진안)은 ‘농산어촌 지역 대상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다변화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고, 도의회는 이를 채택하며 정부에 강력한 개선을 요청키로 했다. 이 건의안은 농산어촌 주민의 실질적 편익을 도외시한 채 도시 중심으로 짜인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짚어내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농산어촌의 주민 대다수는 교통 여건이 열악하고, 지역 내 민간 소매 상권이 이미 붕괴한 상태여서 생필품 구입조차 쉽지 않다.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마켓은커녕, 가장 가까운 구매처가 읍내의 농협 하나로마트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하나로마트는 대부분 연 매출 30억 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현행 기준대로라면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고령층이 대다수인 농촌 주민들에게 사실상 소비쿠폰을 사용하기에는 커다란 제약이 따른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다.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판매하고, 생필품과 농자재를 공급하며, 수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공익적 경제 거점이다. 상업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대형마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단순 매출액 기준으로 일괄 제한하는 것은 농촌의 현실을 도외시한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전 의원의 건의안이 제시한 세 가지 방안은 소비쿠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개선 방향이다.
먼저, 공익 목적의 경제조직인 농협 하나로마트를 사용처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며,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 또한 상권이 협소하거나 사실상 전무한 읍·면 지역에 대해서는 매출액 기준을 예외적으로 적용해 사용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설계부터 운영 전반에 걸쳐 농민단체, 농협중앙회, 지자체 등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과 포용적 복지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생각한다면, 도시 중심의 정책 설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로 전국 1,100여 면(面) 중 90% 이상이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형식적 보편주의가 오히려 소외를 낳는 역설을 피하려면, 지역 실정에 맞는 유연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전 의원의 주장은 단지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과 실질적 복지, 그리고 진정한 지역 상생을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농산어촌의 현실은 단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는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비쿠폰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도록 조속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소비쿠폰이 진정으로 민생을 회복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선, 누구보다 절박한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도의회의 건의안은 그러한 상식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청이며, 정부는 이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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