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규 본지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누구에게나 멈춤은 두렵다. 바쁘게 달려온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멈춘다는 건 일이 끊기거나, 관계가 멀어지거나,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펼치며 필자는 ‘멈춤’이 단순한 ‘쉼’이 아니라 ‘용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많은 것을 해내는 순간일 수 있다.
우리가 진짜 중요한 것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언제나 멈춤 속에서 시작된다.
바쁨은 피상적인 연결을 늘리지만, 멈춤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필자는 30년 가까이 개인사업을 해오며 매일 밤 이불 위에 몸을 눕혀도 포근함보다는 수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오늘 처리한 일, 내일 마쳐야 할 일, 결제해야 할 자금, 조직과 사람 관리까지... 그런 생각들 속에 겨우 잠들고, 이른 새벽 다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반복된 삶.
돌아보면 나는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 내 삶을 얼마나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말한다.
“우리는 가끔 멈춰야 한다. 멈춘다는 건 실패도, 정지도 아닌 충전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눈과 마음이 동시에 멈추는 듯했다. 그렇다. 내게 필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고 고요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였다.
남보다 늦어도 괜찮고, 가끔 넘어져도 괜찮다는 마음. 그게 어른의 태도였다.
이번 발리 여행 중, 이른 아침 모두가 잠든 시간. 혼자 요가를 하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그 시간.
그 조용함 속에서 내 안의 무언가가 정리되고 있었다. 그것은 쉼이자, 충전이자, 회복이었다.
작가는 또 이렇게 조언한다. “너무 많이 보지 말고, 너무 많이 알지 말자.”
지금 우리는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통해 신문 175부 분량에 해당하는 2,300만 자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우리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도 쉽게 멈추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조용한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멈춤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를 더 깊게 만들고,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멈춰야 한다.
그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