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왜 필요한지”를 묻지 않는 먹거리 지원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신청서도, 소득 증명도 없다. 이름만 적으면 바로 식료품을 받을 수 있는 ‘그냥드림’이 시행 두 달 만에 1,500명이 넘는 도민의 끼니를 채웠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먹거리 기본보장을 목표로 한 ‘그냥드림’ 시범사업은 지난해 말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1,591명이 이용했다. 사업은 전주·익산·정읍·김제·진안·무주·부안 등 7개 시·군의 푸드마켓과 푸드뱅크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5월부터 군산과 남원이 추가된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문턱을 없앴다는 점이다. 처음 방문한 이용자는 이름과 연락처만 확인하면 곧바로 쌀과 라면, 통조림, 휴지 같은 기본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이나 자격 심사는 없다. 급한 상황에서 “증명부터 하라”는 요구가 또 다른 장벽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단순 지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간단한 상담이 이뤄진다. 결식 여부뿐 아니라 주거 불안, 채무, 건강 문제 같은 위기 신호를 함께 살핀다.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읍면동 복지팀과 연결돼 긴급복지나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 지원으로 이어진다.
지원 물품은 1인당 2만 원 한도에서 3~5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운영은 주 2회, 월 1회 이용이 원칙이다. 전북자치도는 광역 단위로 물품을 일괄 구매·배분해 재고 공백을 최소화하고, 기존 푸드뱅크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안착시켰다.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이 찾아온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직 직후의 중장년, 병원비로 생활비가 줄어든 가구, 공적 지원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1인 가구까지 이용자 사연도 다양하다.
도는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연계 체계를 보완해 위기 가구를 더 빨리 발견하고, 단기 지원이 제도권 보호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다듬을 계획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그냥드림은 자격을 가리는 제도가 아니라, 오늘 끼니가 필요한 사람을 먼저 돕는 방식”이라며 “먹거리 지원을 출발점으로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는 복지 안전망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