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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다시 도산의 무실역행에서 길을 찾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15 18:54 수정 2026.04.15 06:54

김태철
한국탄소산업진흥협회 부회장/공학박사
본지 ESG 전문기자

바야흐로 K-컬처의 물결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적시고 있다. 우리의 노래와 춤, 음식이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사랑하는 일상이 되었고, 첨단 기술과 경제력은 대한민국을 당당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서울의 밤거리를 동경하며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환호하는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풍요와 영광의 시대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화려한 조명 아래,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짙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라는 견고한 성벽에 갇혀 끝없는 갈등을 배설하고, 정의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와 진실의 창이어야 할 언론은 국민의 신뢰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익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윤리는 설 자리를 잃었고,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는 비명들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겉은 번듯하고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빈, 이른바 ‘진정성의 실종’이 우리 공동체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막막한 도덕적 난국을 타개할 열쇠는 어디에 있는가. 놀랍게도 그 해답은 100년 전, 차가운 타국의 땅에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며 도산 안창호 선생이 목 놓아 외쳤던 ‘무실역행(務實力行)’이라는 네 글자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도산이 강조한 ‘무실(務實)’은 결코 박제된 옛 성현의 도덕 수양이 아니다. 그것은 참되고 성실하게 정성의 노력을 하자는 마음이며, ‘역행(力行)’은 그 마음을 삶의 현장에서 힘써 실천하자는 준엄한 실행의 철학이다. 10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뜨거운 오렌지 농장을 떠올려 보자. 도산은 절망에 빠진 이주 한인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국하는 것은 정성을 다해 오렌지를 따는 것이다”그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다.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이 결국 농장주에게 인정받는 길이요, 그것이 곧 한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독립운동의 경제적 기반을 닦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오렌지 껍질에 밴 노동자의 땀방울이 곧 독립의 거름이 된다는 이 실천적 애국심이야말로 무실역행의 정수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직(聖職)과도 같은 태도, 그 성실과 정직의 실천이 개인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민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몸소 증명해 보였다. 지속 가능함의 핵심 비결은 이러한 정직함과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실의 정신은 현대 비즈니스의 심장부인 마케팅의 본질과도 깊게 관계있다. 필자가 미국마케팅협회(AMA)의 PCM 자격을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진정한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윤리’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판매가 아니라,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는 자세였다. 마케팅은 짧은 단거리 질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장거리 마라톤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윤리적이어야 하고, 수단보다 목적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도산은 일찍이 거짓말과 허황된 약속, 양심을 파는 무책임한 행동이 한 민족을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독소라고 경고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고객을 잊은 채 말과 구호로만 그들을 대한 적은 없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업이 이윤 앞에 윤리를 외면하는 현실은 바로 이 무실정신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제는 단기 성장에 매몰되었던 낡은 통념을 깨뜨려야 할 때다. 롱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조직, 나아가 국가를 윤리적이고 고객 중심적으로 혁신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무실역행이자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도산이 꿈꿨던 ‘이상촌(理想村)’은 단순한 물리적 정착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과 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이 모두 건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전인건강(Holistic Health)’의 공동체였다. 이는 현대 UN WHO 건강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도산의 이러한 정신은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포한 ‘건국강령’의 ‘삼균주의(三均主義)’로 구체화 되었다.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고르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은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미래의 설계도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헬조선’이라는 절망의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면보다 양심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역행’의 실천력을 회복해야 한다. 첨단 기술과 제도 개혁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진정한 선진국을 완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정직과 성실을 힘써 실천하는 무실역행’이다. 역사는 거대 담론을 쏟아내는 지식인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작은 진실을 지켜내는 ‘정직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거짓 없는 마음이 개인의 인격을 세우고, 그것이 모여 민족의 도덕을 이룬다는 도산의 믿음은 오늘날 ESG 경영이나 지속가능한 경영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 불평등, 평화의 위협이라는 거대한 방정식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것은 ‘진실을 향한 실천’이라는 강력한 원칙에 있다. 2015년 UN 총회에서 세계 인류가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도산의 무실역행 정신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글로컬건강도시연구원(조무성 원장)이 충남 홍성군과 같은 지방자치단체과 함께 추진하는 ‘건강도시’ 프로젝트처럼, 주민의 삶을 전인적인 관점에서 보살피고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 되어야한다. 말보다 행동이, 약속보다 실행이 앞설 때 비로소 진정한 개혁의 시계바늘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도산의 이 간절한 외침은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진실한가, 우리는 과연 진실을 실천하고 있는가. 무실역행은 낡은 과거의 유산이 결코 아니다. 필자는 데일카네기와 존맥스웰을 좋아한다. 온라인 강의에 존맥스웰의 주장을 강조했더니 한 청취자가 그 분들은 최신의 리더십을 대변할 분은 아닌 옛 인물이라 말한다. 필자는 시대가 변해도 인간관계 속에서 삶의 가치 철학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도산 안창호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입니다. 무실역행은 미래를 여는 유일한 혁신의 길이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정신적 자산이다. 거짓으로 얻은 이익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오직 진실 위에 세워진 신뢰만이 국가를 지탱할 수 있고 우리를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진실이라는 이름의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K대한민국,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무실역행의 길을 당당히 걸어야 할 시점이 온것이다.
필자는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세계 인류가 2030년까지로 달성하기로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초점을 두고 쓴 글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관점에서 볼 때, 도산 안창호의 진실의 혁명인 무실역행에서 찾을 수 있는 길과 강조 사항은 SDGs 1: 빈곤퇴치, SDGs 4: 양질의 교육, SDGs 5: 성평등, SDGs 6: 깨끗한 물과 위생, SDGs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SDGs 10: 불평등 해소, SDGs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SDGs 16: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SDGs 17: 지구촌 협력이었다. 무엇보다 책임감과 청렴한 품성을 가지고 대한민국과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당사자 이기도 하다. 이제는 지속가능발전하기 위해 무실역행에서 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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