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첨단 기술 패권 경쟁과 산업 지형의 변화가 전북특별자치도에 전례 없는 대전환의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과 현대자동차와 엔비디아의 초격차 기술 동맹은 단순한 글로벌 대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를 뛰어 넘어선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구동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언해 온 ‘새만금 AI·반도체 밸리 조성’ 공약의 실행 궤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 글로벌 기술 동맹을 전북 경제의 고질적인 체질을 바꾸고 낙후의 늪을 벗어날 강력한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새만금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대한민국 첨단 소재·부품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냉혹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속도와 기술의 진화 주기를 고려할 때 이차전지라는 단일 포트폴리오에만 전북의 미래를 올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다. 전방 산업의 수요가 급변할 때마다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다각화된 첨단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과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할 차량용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새만금에 선제적으로 이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선이 한국의 미래 모빌리티와 AI 인프라 시장에 동시에 쏠려 있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전북자치도가 지능형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와 글로벌 앵커 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전방위로 속도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기회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화려한 약속을 전북 땅 위의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치밀한 후속 전략과 속도가 선행돼야 한다. 당장 지난 6·3 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민선 9기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와 지역 정치권은 현대차와 엔비디아가 구축할 밸류체인의 세부 동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아야 한다. 두 공룡 기업의 협력 체계에 포함된 수많은 국내외 협력사와 기술 스타트업들이 새만금 투자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수 있도록 파격적이고 지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 팹(Fab)과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초고압 전력망과 대규모 공업용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아가 새만금만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인 광활한 국유지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워 대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나 전북으로 올 수밖에 없도록 특별법에 기반한 파격적인 규제 프리존을 과감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 구상이 새만금이라는 특정 공간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새만금의 AI·반도체 밸리가 전북 전체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차의 완성차 및 상용차 생산 기지가 버티고 있는 완주와 전주,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 및 내장형 소프트웨어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익산과 군산 등 도내 주요 시·군의 제조 기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북형 미래 모빌리티 벨트'를 완성해야 한다.
새만금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 부품이 완주의 상용차 공장으로 가고, 익산의 첨단 IT 부품 단지와 시너지를 내는 광역적 산업 생태계가 짜여야 비로소 전북 전역에 온기가 돌 수 있다. 이와 함께 산·학·연을 잇는 맞춤형 인재 양성의 선순환 고리를 단단히 매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글로벌 기술 동맹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전북의 도약 여부는 전북도정의 행정력과 정치권의 역량에 달렸다. 새만금 AI·반도체 밸리의 성공적 안착과 전북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도정과 정치권, 대학과 도민 등 지역 사회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결연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