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보건복지부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이는 응급실과 소아청소년과 붕괴라는 사상 초유의 의료 공백 사태를 맞이한 전북에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 사업은 의대생이나 전문의가 장기 근무를 조건으로 지자체 및 대학과 계약을 맺고, 장학금과 수련 비용, 정주 여건을 파격적으로 지원받는 제도다.
전북도와 지역 의료계는 이번 공모 선정을 단순한 예산 확보 성과로 자축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아픈 아이를 업고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도민들의 뼈아픈 눈물을 닦아줄 실효성 있는 인력 확보 체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전북의 필수 의료 생태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운영난에 허덕이고, 임상 현장의 지표는 참혹하다. 거점병원인 A병원의 경우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야간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거나 빗장을 걸어 잠그는 파행도 있었다. B병원은 필수 의사 인력 부족으로 신생아 중환자실(NICU)의 정상적인 가동이 마비 직전에 몰렸다. C병원을 비롯한 주요 종합병원 역시 소아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무한정 휴진에 돌입하기도 했다.
거점 병원들조차 이 지경이니 무주, 진안, 장수 등 동부 산악권과 고창, 부안 등 서해안권의 사정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려도 갈 수 있는 소아과가 없어 대전이나 광주 등 타 시·도 응급실을 전전하는 ‘의료 난민’ 현상이 완전히 고착화되고 있다. 정주 여건의 기본 중의 기본인 의료 안전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 어떤 화려한 인구 유입 정책이나 대기업 유치 구호도 껍데기에 불과하다. 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이 전북의 생명선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ㅋ일시적인 수당 몇 푼으로 의사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안이한 발상으로는 제도 시행 후 계약 파기나 의무 근무 기간만 채우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철새 의사’ 양산이라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아울러 ‘산·학·관 협치 체계’ 작동이 시급하다. 도내 거점 의대들이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를 선발하고, 이들이 지역 필수 의료 현장에 자발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과정을 연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원과 민간 병원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이 사업으로 확보된 인력들이 도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응급·소아·분만 등 3대 대란 현장에 적재적소 배치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도민의 생명권’만을 유일한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지방 소멸의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 그 지역의 자치권과 미래는 소멸하는 것이다. 전북도정은 도민이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당당하고 안전한 전북을 만드는 일에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