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전북 농업·농촌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익산, 완주, 김제 등 도내 주요 농업 지역에서 애플망고, 패션프루트, 파파야 같은 아열대 작물 재배 성공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과거 제주도나 남해안 일부 지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열대 과일들이 이제는 전북에서도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단순한 ‘이색 작물 재배 성공’이라는 단편적인 호재나 행정의 이색 홍보 거리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아열대 작물의 북상은 뒤집어 말하면 전북 농업을 지탱해 온 전통적인 주력 작물들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음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전북 농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지금, 전북도는 농업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전북의 농촌 현장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북의 상징이자 전통 주력 작물인 쌀과 배, 사과 등은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그리고 기온 상승으로 인한 원인 모를 병해충 확산으로 해마다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라는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존 작물의 재배 적지가 북상하고, 이로 인해 수확 시기가 교란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평생을 바쳐 다져온 영농 기법과 축적된 경험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비참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의 흐름을 외면한 채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농가와 지역 경제를 동반 몰락의 길로 이끄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도가 선제적으로 판을 짜고 농민들을 이끌어가는 ‘전북형 농업 구조 전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농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새로운 작물 재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묘목 공급부터 재배 기술 전수, 병해충 방제 시스템까지 행정이 촘촘하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의 보급과 지원은 농업 구조 전환의 핵심 열쇠다.
아열대 작물은 기후 변화로 노지 재배 가능성이 열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겨울철 이상 한파나 여름철 집중호우 등 대형 기상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조도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확충되어야 하는 이유다. 청년 농업인들이 막대한 초기 자본 부담 없이 스마트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자체 중심의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를 대폭 확대하고, 기존 고령 농가들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보급형 기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첨단 기술과의 융합만이 기후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전북 농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판로 개척과 유통망 다변화다. 아열대 작물은 기존 농산물과 달리 소비 시장이 아직 제한적이고 유통 경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농가들이 정성 들여 수확한 고부가가치 과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유통 마진에 휘둘린다면 농업 구조 전환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전북자치도는 도내에서 생산된 아열대 작물의 브랜딩 작업을 지원하고,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과의 상생 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주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분명 위기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북이 대한민국 미래 농업의 표준을 선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북자치도는 ‘농생명 수도’라는 슬로건이 허울 좋은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예산 배정부터 정책 우선순위까지 농업 구조 전환에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더 늦기 전에 전북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결단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