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남편에게 거친 목소리를 쏟아낸다. 창문을 열면 천리향이 들어오는데 내 목소리는 상쾌한 아침을 밀어낸다. 돌이켜보면 그 목소리는 아버지에게서 왔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노름으로 잃은 재산의 분노를 가족에게 큰소리로 토해냈다. 멀리서 고함만 들려도 우리 오남매는 숨을 죽였다. 어머니도 지치면 자식들에게 화를 냈고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자랐다. 그 목소리가 어느새 내 안에 남아 억울한 일이 생기면 논리보다 먼저 목청이 앞선다. 한때는 고상하고 다정한 말씨를 꿈꾸며 수없이 고치려 했지만 감정이 앞서면 어린 날의 고함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어머니 생전에 명절이면 형제들이 고향집에 모였다. 술잔이 돌고 취기가 오르면 누가 잘났는지 목청을 높이고 지난 세월의 서러움과 자랑을 쏟아냈다. 나는 그 소란이 싫어 때로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떠나시고 형제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고 나니 그 시끌벅적한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야 알겠다. 그때의 큰소리와 웃음, 자랑과 분통마저 우리가 한 가족으로 살았다는 소중한 흔적이었다는 것을. 형제들이여, 지난 인생은 후회하지 말자. 목소리가 조금 크면 어떠랴. 건강하냐는 한마디, 잘 지내느냐는 안부 한마디면 이제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