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인구감소지역에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보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훨씬 많다. 관광이나 나들이, 업무 등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지역의 인구 규모가 5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방문객 상당수가 하루만 머물고, 지역에서 사용하는 돈도 전체 카드 소비액의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만큼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하고 소비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22일 호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2025년 전북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현황’에 따르면 정읍·남원·김제와 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고창·부안 등 도내 10개 시군의 연평균 생활인구는 약 254만명으로 집계됐다.
생활인구는 실제 거주하는 주민과 관광·통근·통학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사람을 합한 개념이다. 한 달에 하루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사람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등록인구는 49만명에 불과했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체류인구는 205만명에 달했다. 주민 1명당 외부 방문객이 4명 이상인 셈이다.
다만 지난해 체류인구는 전년보다 1.7% 줄었고, 생활인구 역시 1.5% 감소했다.
문제는 방문객의 체류 방식이다. 전체 체류인구 가운데 하루만 머무는 비중이 54.7%로 절반을 넘었다. 평균 체류일수는 3일, 하루 평균 체류시간은 11.7시간이었다. 최근 3개월 안에 다시 찾은 사람도 35.3%에 그쳤다.
소비에서도 이러한 과제가 드러난다. 도내 인구감소지역의 카드 사용액 가운데 등록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8%였다. 반면 체류인구의 소비 비중은 31.2%로 집계됐다.
체류인구가 등록인구보다 4배 이상 많아도 카드 소비액에서는 거주민이 차지하는 몫이 훨씬 컸다. 다만 인구 규모와 카드 사용액은 서로 다른 지표인 만큼 단순히 방문객의 소비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별 차이도 눈에 띈다. 무주군은 전체 카드 사용액의 50.1%를 체류인구가 차지했고 임실군도 45.5%에 달했다. 반면 정읍시는 22.3%, 남원시는 26.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방문객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도 확인됐다. 전체 카드 소비액 가운데 음식업 비중이 30.2%로 가장 높았으며 종합소매 17.3%, 운송·교통 16.8%, 전문소매 14.8% 순이었다. 순창군은 음식업 소비 비중이 40.7%에 달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의 방문객이 잠깐 들렀다 떠나는 것은 아니다. 김제시는 평균 체류일수가 4.3일로 도내에서 가장 길었고, 최근 3개월 내 재방문율도 53.0%로 가장 높았다. 정읍시 역시 재방문율이 43.8%로 전북 평균을 웃돌았다.
이는 인구감소지역의 경쟁력이 단순한 방문객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번 찾아온 사람이 다시 방문하고, 지역에서 식사와 숙박·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관광객 유치에 집중했던 지역 활성화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축제나 관광명소를 통해 방문객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숙박시설과 전통시장, 음식점, 지역 특산품 판매를 연계해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느냐’를 넘어 ‘찾아온 사람이 얼마나 머물고 지역경제에 무엇을 남기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