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한
응모작들의 소재는 아주 다양했다. 가족 성원 간의 갈등, 결혼, 이혼, 성 정체성, 질병, 병원 생활에 관한 소재에서부터 직장 내 갈등, 감원 문제, 노동, 공사장, 외국 노동자, 귀촌 문제, 시위 현장, 전쟁, 그리고 아파트 소음, 배관 문제, 등 다양했다.
이 외에도 애견 애묘에 관한 소재들도 있었다. 문제는 대부분 스토리 전개가 진부하거나 지루했다. 주관적인 표현과 객관적인 표현의 차이는 무엇인가? 수필과 소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스토리 전개는 무엇보다 새로움과 긴장감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요소로 설명이 길어지고 맴돌아 스토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답답함을 주게 된다.
최종심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준 작품은 두 작품이었다.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만 산다」는 카프카의 「변신」을 상기하게 했다. 언니가 무당벌레가 된 후의 동화 같은 스토리이다. 문장을 끌고 가는 사유의 변화가 속도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카프카의 모방의 냄새를 지울 수 없었다.
「사소한 방문」은 아파트 배관에서 물이 새어 위 아래층의 갈등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내용이다. 또한 별거 가정의 아픔을 지녔다. 대화체로 긴장감을 끌고 가는 힘이 경쾌하나 주제의식이 좀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선자는 이 중에서 한 편을 가작으로 뽑을까 심사숙고 했지만 차후를 기약하는 것이 작가에게도 좋으리라 여겨 아싑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멈추지 말고 분발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이구한 (본명 : 이광소) 1965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부문 당선. 2017년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문학평론 당선. 시집으로 『약속의 땅 서울』 『모래시계』 『개와 늑대의 시간』 『불타는 행성이 달려온다』가 있음. 평론집으로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이 있음. 최근 평론으로 「상징계의 법 아래서의 몸 -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가 있음. 《미당문학》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