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효순
수필은 자신의 인생을 표현해내는 삶의 꽃이다. 따뜻한 인간애 없이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관조하지 못한다. 살아온 내면을 진솔하게 들어내는 것이 수필이다. 자기를 찾아 나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 뿌리는 언제나 인간의 따뜻함과 맞닿아 있다. 인간을 감동시키는 수필의 언어는 시와 소설과 구별된다. 읽는데 편안함과 간결한 묘사가 좋다. 그렇다고 품격을 잃어서도 안 된다.
올해 들어온 응모작에는 유난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작품이 많았다. 가족이 세분화 되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간과 할 수 없는 애증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그중에 이성환의 「희망의 단서」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작가는 알곡이 수확되고 버려진 지푸라기를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잘 풀어나갔다.
지푸라기로 근근이 굴비를 엮어 팔던 아버지의 지난한 삶을 싫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친 세상을 살아갈 원동력으로 받아들였다. 지푸라기 같은 힘없는 아버지의 삶이 자신과 만났지만 한 가닥 가느다란 지푸라기가 모아지고 꼬아지면 마법 같은 힘이 물건에도 사회에도 작가에게도 생겼음을 말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절망하기보다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의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에 울림이 있다.
구성이 탄탄하고 격조를 지키면서도 서사와 묘사를 적절하게 활용하였다. 제재를 선택한 발상과 간결한 문체, 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돋보였다. 작품의 완성과 구성이 무난했기에 당선작으로 뽑았다.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한 작품은 이진숙의 「배롱나무」와 권보옥의 「둥지」였다. 최종심에 오른 두 분도 다음 기회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