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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칼럼-우리의 옷장 속 환경 이야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3.31 16:11 수정 2025.03.31 04:11


허경회

독자권익위원
한국기후변화연구소 사회교육위원장
국립군산대학교대학원 박사과정

오늘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한 이웃의 모습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양손 가득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있는 이웃에게 몇 층인지 물으며 층수를 눌러 주었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무슨 옷을 그렇게 많이 사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살이 쪄서 맞는 옷이 없어서 그래요"라고 답했다. 살이 찌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무거운 쇼핑백 속 옷들이 언젠가는 또다시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먼저 떠올라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20년 된 옷도 다시 입는다. 유행은 10년 주기로 돌기 때문이다. 옷 관리를 잘하고 코디를 조금씩 달리하면 매번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만족감도 크다. 패션을 전공할 때도 한지로 친환경적인 옷을 만들어 환경을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가끔 "피부는 어떻게 관리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매일 아침 표정과 마음을 관리한다고 답한다. 얼굴을 관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고 봉사활동 등 몸을 많이 움직여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옷을 자주 사지 않아도 되니 환경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이 바뀌면서 의류 쓰레기가 발생되고, 우리의 옷장도 그 유행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데 이렇게 소비된 옷들은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 의류 쓰레기는 매년 급증하며 지구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옷들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결국 대기 오염과 토양 오염으로 이어지고 만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도 이제 환경보호를 단순히 '좋은 일'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의류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옷을 살 때는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품질 좋은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관리하자. 더 나아가 필요하지 않은 옷은 기부나 재활용을 통해 다시 가치를 살리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또한, 외적인 모습에 지나치게 치중하기보다는 내적 성장과 자기계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현명한 여성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지혜롭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갖춘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가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오늘부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옷장을 열어보고, 환경을 위해,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함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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