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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문화/공연

KACA한국문화예술아카데미 2주차 강의, 법의학자 이호 교수 특강

조경환 기자 입력 2025.04.16 14:04 수정 2025.04.16 02:04

4000여 구 시신 부검한 법의학자, ‘망자의 목소리’로 삶의 본질 되짚어
“사람은 두 번 죽는다”…죽음을 성찰하며 삶을 가르치는 특별한 강의

KACA한국문화예술아카데미 23기 회원들이 법의학자 이호 교수의 강의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모든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려 하지만, 저는 이미 사망한 사람을 통해 놓친 것이 무엇일까를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ACA 한국문화예술아카데미 제23기 제2주차 강연이 지난 15일 서울 중부비전센터 2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단에 선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는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다’를 주제로 150여 명의 23기 KACA한국문화예술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 교수는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숨이 멎었을 때, 두 번째는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다”라는 문장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는 단순한 법의학 개론이 아니었다.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온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책임을 되묻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이어졌다.

스스로를 ‘죽은 자의 대변인’이라 부르고 있는 이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4000여 구의 시신을 부검해왔다. 그의 법의학은 과학을 넘어선 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죽음의 흔적을 통해 남겨진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단순한 의학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회원들은 이 교수의 통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죽음을 공부하며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한 원우회원의 말처럼, 이날 강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 사례와 감정이 어우러진 강의는 의학 지식만큼이나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우 회원 김 모 씨는 “아픈 가족 환자의 몸을 진단하는 법보다, 환자의 인생을 이해하는 법을 먼저 배운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 교수는 “법의학은 단순히 사인을 밝히는 학문이 아니다.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되짚고, 인간을 향한 연민과 성찰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저서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을 통해 현장에서 마주한 죽음의 실례와 그로부터 얻은 삶의 교훈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이호 교수는 “부검 현장에서 놓친 진실 하나가 억울한 죽음을 만들 수 있다”며 “법의학은 정의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며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사건이며, 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겸허한지, 또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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