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열린 ‘제5회 전주정원산업박람회’가 오늘(13일) 막을 내린다. 전국 최대 규모의 정원 소재 박람회로 자리매김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산업 전시회를 넘어 정원문화의 생활화를 촉진하고, 시민들에게 힐링과 치유,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정원산업의 대전환’이라는 주제처럼 정원산업의 미래를 조망하고 생태적 삶을 향한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다.
정원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녹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다. 정원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며, 시민들이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정원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구성한다는 발상은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이다. 그런 점에서 전주가 그 선두에 선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다. 박람회에서 선보인 다양한 작가정원과 정원 해설 투어, 생활 속 정원교육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정원을 단지 관람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하지만 박람회장 바깥 전주의 모습은 박람회가 지향하는 가치와는 사뭇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최근 덕진공원 내 수백 그루의 나무를 이식 또는 제거하고, 그 자리에 광장과 조망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시의 결정은 많은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공원이란 본래 자연의 품에서 시민이 안식을 얻는 공간이다. 이익과 편의를 이유로 숲을 걷어내는 정책은 전주시가 말하는 ‘정원 도시’의 철학과 모순된다. 나무를 없애고 조망권을 확보한다는 논리는 개발 논리에 가깝다.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수목은 단지 풍경의 배경이 아니라, 전주 생태의 중요한 일부다.
과거에도 전주시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의 버드나무 300여 그루를 시민의 공감대 없이 벌목해 큰 논란을 빚었다. 시민단체와 생태 전문가들은 생물의 다양성을 해치는 개발 방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결국 감사기관의 경고까지 받는 사태로 이어졌다. 2022년까지 추진된 ‘천만그루 정원도시 프로젝트’는 이후 이어진 나무 제거와 벌목으로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이러한 모습은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하는 도시의 위상과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정원문화의 활성화를 꾀하면서도 생물의 다양성과 자연 생태를 훼손하는 이중적 행정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안기며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제 전주시는 박람회와 같은 일회성 행사를 넘어서 일상에서 정원과 녹지가 살아 숨 쉬는 도시를 실현해야 한다. ‘정원 도시 전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지 보기에 좋은 경관 조성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생물 다양성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원은 결국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
시민들은 더 이상 ‘벌목 후 조경’이라는 역행적 행정이 아닌, 자연의 흐름을 따르고 함께 숨 쉬는 도시를 원하고 있다. 전주시가 박람회에서 보여준 정원에 대한 철학과 실천이 공공정책 전반에 반영되어야 할 시점이다. 광장을 조성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정원의 도시 전주’라는 이미지가 뿌리내리는 것이 훨씬 더 지속가능한 길이다. 진정한 생태도시는 박람회장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 되는 곳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