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 - 안성수
굳은살 박힌 손등 위로 계절이
겹겹이 쌓이고
세월은 말없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언제나 거대해 보이던 아버지는
작은 파도처럼 흔들렸고
가슴속으로 삼킨 슬픔은
아버지의 깊은 주름이 되었다
언제나 산처럼 보이던 뒷모습은
어느 날 문득
굽은 나무가 되어 하염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당신의 얼굴에 남은 주름은
삶의 고요한 고백이었다
소리 없는 가르침과 묵직하고 묵묵함이
사랑이었음을 나는 몰랐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아버지의 사랑」은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조용히 돌아보며, 세월의 흔적 속에 감추어진 깊은 부정을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시인은 ‘굳은살 박힌 손등’과 ‘겹겹이 쌓인 계절’을 통해 아버지가 견뎌온 고단한 삶과 노동의 무게를 말하며, 시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한 인간의 신체와 내면을 서서히 변화시키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시 속의 아버지는 처음엔 ‘거대하고 산처럼’ 보이는 존재였지만, 점점 ‘작은 파도’처럼 흔들리고, ‘굽은 나무’처럼 작아져 간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육체의 노쇠함을 넘어, 자식의 시선에서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성숙의 과정으로 읽힌다. ‘가슴속으로 삼킨 슬픔’은 말없이 견뎌낸 삶의 고통과 희생을 상징하며, 그것이 고스란히 ‘깊은 주름’으로 남았다는 표현은 매우 시적이다.
무엇보다 이 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소리 없는 가르침’과 ‘묵직한 묵묵함’ 속에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자식의 회한을 담고 있다. 직접 표현되지 않은 사랑,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준 사랑의 진실이 마지막 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버지의 주름 하나하나가 ‘삶의 고요한 고백’이었다는 깨달음은, 독자에게도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여 깊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따라서 시는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성찰의 시이며, 일상 속에 숨어 있던 사랑의 진실을 발견하게 해주는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