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어촌유학이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하며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학기 농어촌 유학생 최종 선발 인원은 65명으로, 서울과 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전북으로 찾아오게 됐다. 2022년 27명으로 시작했던 유학생 수는 올해 257명으로 늘어났다. 불과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그 배경에는 학교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자리한다. 진안 조림초의 아토피 맞춤형 건강지원과 숲체험, 군산 술산초의 역사탐방과 승마체험, 익산 웅포초의 생태·주말농어촌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정읍과 김제는 탄소중립, AI, 환경 프로젝트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지자체가 홈스테이, 유학센터형 등 다양한 거주 형태를 지원하면서 생활 안정 기반을 마련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농어촌유학이 단순히 인구 유입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어촌 교육과 지역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 학생들은 자연과 공동체 속에서 배우는 경험을 얻고, 농어촌 학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안정적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4월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윤수봉(완주1) 의원이 전북의 농어촌 교육 현장은 학령인구 감소, 지역 소멸, 도시 집중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농어촌 유학의 중장기 로드맵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농어촌 학교는 여전히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도시와 농촌 간 교육기반 격차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농어촌유학이 체계적 지원 없이 일부 지자체와 학교의 의지에 기대 운영되는 구조라면, 지금의 성장은 언제든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유학 가정을 위한 주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학교와 학부모 간 연계도 미흡하다. 생활 관리 인력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정착률이 낮으며, 유학 프로그램도 대부분 1년짜리 단기 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담보하기 어렵고, 농어촌유학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도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에서 ‘정착’으로의 전환이다. 교육청은 농어촌유학을 단순한 사업 차원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전담 조직을 신설해 사업 기획, 예산 편성, 운영 점검, 사후 평가, 홍보까지 일원화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처럼 한 부서가 부수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체계적 성과를 만들 수 없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해 유학 가정을 위한 주거 및 생활 인프라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폐교나 유휴 공공건물, 빈집 등을 활용한 ‘농촌 유학촌’ 조성은 충분히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 생활비, 교통비, 이사비 같은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숙박형 유학에는 생활지도사와 돌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교육과정 역시 도시와 차별화된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생태, 농업, 공동체, 역사·문화 체험뿐 아니라 AI, 탄소중립, 환경 프로젝트 같은 미래 교육 콘텐츠를 접목해 도시 학생들에게 ‘전북 농어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배움’을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유학 모델을 개발하고, 참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5년 이상을 내다보는 농어촌유학 로드맵을 세우고, 성과 평가와 개선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거나 홍보성 사업으로 소비된다면, 지금의 성장세는 곧 사라질 것이다. 농어촌유학은 단순한 교육 사업이 아니라 전북 교육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과제다.
이제 교육청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제도를 안정화하고, 체계적 지원을 통해 농어촌유학을 전북 교육의 전략적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늦다. 농어촌유학은 우리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