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지역 산모들이 출산 직후 필수적인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전국적으로 21곳의 공공산후조리원이 운영되는 가운데, 전북은 단 한 곳도 없는 '공공 돌봄 사각지대'로 나타났다.
도내 전체 14개 기초지자체 중 완주, 진안, 무주 등 12곳은 민간 산후조리원조차 없어, 산모와 신생아가 출산 직후에도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저렴한 이용료에도 불구하고 접근성 문제로 무용지물이 된 전북의 산후 돌봄 공백은 지역 저출생 위기를 가속화하는 핵심 뇌관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1일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장수임실순창, 보건복지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66곳(민간 445곳, 공공 21곳)이다. 서울은 민간 조리원이 114곳, 공공조리원 2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148곳), 인천(22곳), 대구(21곳)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르게 분포했다. 반면 전북은 민간 조리원 17곳뿐이고, 공공산후조리원은 전무하다.
실제 전북 내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는 지자체는 완주,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12곳에 달한다. 특히 장수·진안·무주처럼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 지역은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크다.
진안군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출산 직후 산모가 전주까지 1시간 이상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궁출혈이나 합병증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용 가격은 전국 최저 수준이지만 접근성이 문제다. 2024년 기준 전북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료는 271만 원으로, 서울(477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순창에 사는 한 산모는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까운 데 있느냐가 문제”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현황은 지역 간 격차를 더 컸다. 강원과 전남은 각각 5곳, 경북은 3곳, 경기와 서울은 각각 2곳의 공공조리원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울산·충남·경남에도 최소 1곳씩 공공조리원이 마련됐다. 그러나 전북은 단 한 곳도 없어 전국적으로도 대표적인 ‘공공 돌봄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산후조리원이 없는 기초지자체는 전국적으로 99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북은 전체 기초단체 14곳 중 12곳이 해당돼 전국 최악 수준이다. 이는 충남(10곳), 경북(14곳), 전남(14곳)에 비해서도 높은 비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균형이 저출생 문제를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모가 적절한 산후 돌봄을 받지 못하면 건강 악화와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출산 기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북의 산후조리 공백은 단순한 보건 격차가 지방 저출생 위기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어 공공 산후돌봄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전북의 출산 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전북은 농산어촌 비중이 높아 산후조리 공백이 더 치명적이다. 특히 산모가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현실은 국가가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공약한 공공산후조리원 국비 지원을 속히 이행해 전북 같은 인구감소 지역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