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법은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자신이 노인으로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요즘 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는 만 65세가 노인 대접을 받기는커녕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청년 취급을 받는다. 나이 일흔이 넘었어도 할아버지라 불리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90세 이상 고령층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60대 중반은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라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제2의 전성기다. 그럼에도 우리의 법적·제도적 시계는 여전히 1981년에 멈춰 서 있다. 당시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만 65세 기준은 평균 기대수명이 67세 안팎이던 시절의 유산이다. 이제 기대수명은 84세를 넘어섰고, 현재 70세의 건강 상태가 과거 65세보다 훨씬 양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고령층 스스로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을 평균 71.6세로 꼽는다. 시대는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행정의 잣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과거 기준을 고집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는 교통 복지다. 현재 만 65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도시철도공사의 막대한 적자로 이어져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시스템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파산 직전의 가계부를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우려를 낳는 또 다른 대목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이다.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난 반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낮게 유지된다면 기금 고갈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2070년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따라서 노인 연령 상향은 단순히 복지 혜택을 줄이자는 논리가 아니라,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세대 간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학계와 전문가들은 현행 만 65세인 노인 기준을 단계적으로 70세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에 1세씩 점진적으로 올려, 향후 10년 내인 2035년까지 70세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에 발맞추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 또한 정교하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75세까지 노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사회의 인식은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것에 찬성했다. 이는 세대와 이념을 떠나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노인 연령 상향은 고령층의 생산 활동을 유도하여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건강한 어르신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남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연령 상향이 불러올 소득 절벽과 노인 빈곤 심화에 대한 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수급 시기만 늦춰진다면 그사이의 공백기는 가혹한 시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노인 연령 상향의 필수 조건은 고용 연장과 일자리 확대다. 기업은 숙련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고용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정부는 정년 이후에도 역량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단순히 모시는 복지에서 함께 일하는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이제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조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는 어르신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의 건강과 활력을 사회의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정된 복지 재원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초고령층과 취약계층에 집중할 때 복지의 정의는 실현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교한 제도 설계와 세대 간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