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근로자의 긴급 생활자금 지원을 위해 마련된 공적 융자제도를 악용한 10억 원대 조직적 대출사기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의료비 영수증을 위조해 실제 치료비가 발생한 것처럼 꾸민 뒤 근로자 생활안정자금을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전북특별자치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대출제도를 악용해 총 120회에 걸쳐 10억5000만 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대출 브로커 조직원 12명과 대출 명의자 107명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한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근로자 생활안정자금은 저소득 근로자에게 의료비와 혼례비, 장례비, 자녀양육비 등 긴급 생활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생계 안정을 돕는 제도다. 근로복지공단은 관련 제도를 통해 저소득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에게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무담보·저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의정부에 사무실을 두고 부산과 서울 등지의 브로커 조직을 통해 대출 명의자를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의료비 영수증을 위조한 뒤 대출 명의자 이름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생활안정자금 의료비 대출을 신청했다. 대출이 실행되면 대출금의 15~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총책은 위조 영수증을 제공하고 수익금을 분배했으며, 알선책은 대출 브로커를 모집했다. 대출 브로커들은 실제 명의자를 모집하고 대출 신청을 진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수사는 근로복지공단 전북지역 지사 3곳에서 접수된 대출 신청 서류에 위조 의료비 영수증이 첨부됐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전주와 익산, 군산 지사에 제출된 서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방식의 대출 신청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확인 결과 피의자들은 의료비 영수증의 금액을 수정하거나 이름과 날짜만 바꾸는 방식으로 허위 증빙서류를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치료비 지출 여부와 무관하게 의료비가 발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출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복지성 공적자금이 비교적 간소한 신청 절차를 악용한 조직적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저소득 근로자 지원이라는 제도 취지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구속된 총책과 브로커 3명을 송치하는 한편, 범행에 가담한 대출 명의자 107명도 순차적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또 근로복지공단과 협의해 의료비 등 생활안정자금 대출 신청 시 제출 서류에 대한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생활안정자금 융자제도는 저소득 근로자의 생계를 돕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복지제도"라며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를 악용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