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봄 날씨 속 종일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 1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옷차림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전북은 또다시 ‘정치적 소외’라는 우려에 휩싸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라 조기 대선이 확정됐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발표된 대선 후보군 어디에서도 전북 출신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주요 정당들이 속속 후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전북을 연고로 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조국혁신당은 전북 맞춤형 공약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후보는 아직 미정이며,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전북과의 뚜렷한 인연은 없다.
진보당도 전북 출신 강성희 전 의원을 중심으로 지역 표심을 겨냥할지 주목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전북의 대표성이 실종된 현실은 단순한 지역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전북은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보수 정당 역사상 최고 득표율인 14.42%를 안겼고, 무주군은 19.84%, 무풍면은 24.66%라는 예외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돌아온 것은 냉대였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의 책임은 전북에 전가됐고, 새만금 사업 예산은 78%나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 앞에서 전북도민 5천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지역 정치권은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당들은 대규모 전북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내 의원들은 71조 원 규모의 83개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윤석열 정부의 미이행 공약과 겹치는 내용이다.
이른바 ‘수십조’ 공약이 매 선거마다 반복돼왔지만, 실현된 사례는 드물다. 윤 전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 중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만이 완료됐고, 전체 사업비 25조 7천억 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5%에 불과했다.
공약의 남발과 이행 부족은 전북의 만성적 문제다. 21대 국회에서 전북 의원들이 제출한 지역 공약 29건이 보류되거나 폐기돼 전국 최고 수준의 공약 파기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말뿐인 약속’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이제 전북은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권 줄 서기’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
전북 출신 후보가 없다는 현실은 서글프지만, 더 큰 문제는 전북을 진정으로 대변할 정치세력이 중심 무대에서 실종됐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그럴싸한 수치와 제목만 내세운 공약으로는 전북도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전북이 따져야 할 기준은 바로 ‘실행력’과 ‘책임감’이다.
전북이 또 한 번 들러리로 전락할지, 아니면 존재감을 회복할지는 이제 도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