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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지자체들의 지난해 금고에 묵혀둔 자금 4조 6623억 원이 초저금리 계약으로 운용되면서 ‘세금 방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조건을 유지한 채 시민 혈세를 사실상 놀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3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본청 및 14개 지자체 금고 예치금은 총 4조 6623억 원, 이자수입은 1,463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한 의원이 밝힌 지자체 금고별 이자율은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지자체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공공예금이자수입 내역을 종합해 추정한 결과다.
평균 금리는 2.74%로 겉보기에 기준금리(2.50%)를 소폭 웃돌았지만, 이는 일부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상당수 지자체는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계약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 자료를 보면 금리 수준은 △1.52.5% 미만 4곳 △2.54.0% 미만 6곳으로 나타났다. 최저 금리는 1.82%, 최고 금리는 3.58%로, 무려 1.75%포인트 격차가 났다.
실제로 남원시(1.82%)와 김제시(3.58%)의 이자 수익률은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며, 지자체 간 협상 능력과 계약 구조에 따라 시민 혈세 운용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위권 지자체는 △남원시 1.82% △무주군 1.94% △순창군·부안군 2.08% △전주시 2.20% 등 이었다. 반면 상위권은 △김제시 3.58% △전북도 본청 3.53% △완주군 3.48% △장수군 3.26% △고창군 3.25%로 확인됐다. 동일 지역 내에서도 지자체별 협상력 차이로 수익률이 크게 갈린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이 철저히 불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행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금고업무 취급 약정서의 비밀유지 조항을 근거로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치 금리와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자체 금고 계약은 은행과 지자체 간 밀실 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적 자산 운용의 건전성과 공정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저금리 계약을 유지한다는 것은 곧 지방재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시민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자금을 단순히 은행에 맡겨두는 형식적 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투명한 협상 구조와 공개 제도를 통해 재정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적 자산 운용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조건을 비롯한 세부 계약 내역을 전면 공개해 지방재정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병도 의원은 “대통령도 금고 이자율 공개를 지시한 만큼, 행정안전부가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며 “지자체 금고는 단순한 현금 보관소가 아니라 국민 세금을 굴리는 자산 운용 창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자율 전면 공개와 협력사업비 관리 강화를 통해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