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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꽃샘의 영원성>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6.11 16:34 수정 2026.06.11 04:34

 
꽃샘의 영원성 - 
전병윤

내 모든 기억과 발자국을 엮으면
그 곳에 내 꽃샘이 있다

사슴이 풀을 뜯다가
먼 산을 보고 있는 저 눈빛
봄빛 같은 평화를 보고 있다

낙타는 앞도 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평생 짐을 지고 간다
가면서 눈을 끔벅끔벅 무엇을 볼까
분홍빛 자유를 보고 간다

나는 전적지 순례를 하면서
가슴이 뭉클거리는 부정맥에 시달렸다
피를 뿌리며 절규하는 전우들의 함성 속에서
사슴과 낙타를 보았다

지구상에 우주상에 꽃샘들이
깊고 고요한
평화와 자유가 영원하길 빈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꽃샘의 영원성」은 평화와 자유라는 보편의 가치를 사슴과 낙타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깊이 있게 형상화했다. 시인은 자신의 기억과 삶의 흔적에 자리한‘꽃샘’을 단순한 자연의 기운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근원적 희망으로 확장한다. 첫 연에서“내 모든 기억과 발자국”을 엮으면 꽃샘이 있다는 표현은 삶의 경험과 상처, 시간의 축적에서 발견되는 내면의 생명성을 의미한다.
이어 등장하는 사슴은 평화의 상징으로 읽힌다. 풀을 뜯다가 먼 산을 바라보는 눈빛은 생명이 지닌 순수함과 평온함을 보여준다. 반면 낙타는 끝없는 사막에서 짐을 지고 가는 존재로, 삶의 고단함과 인내다. 낙타 역시“분홍빛 자유”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시의 중심은 전적지 순례 장면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시인은 전우들의 피와 절규를 떠올리며 부정맥에 시달린다고 고백한다. 이는 전쟁의 비극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있는 상처임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사슴과 낙타를 본다는 표현은 결국 평화와 자유가 희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연은 개인적 체험을 넘어 지구와 우주 전체로 시야를 확장해, 모든 존재의 꽃샘이 영원한 평화와 자유 속에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절제된 언어 속에서도 깊은 울림과 숭고한 메시지가 살아 있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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