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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북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의 내실화 시급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9.16 15:40 수정 2026.09.16 03:40

전북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들 계획이다. 도내 시·군들이 추진하는 ‘햇빛연금’ 혹은 ‘바람연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들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환원해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촌 주민들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주주로 참여해 정기적인 배당금을 받는 것은 지역 상생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전북에서 아무리 많은 전기를 만들더라도 필요한 곳으로 보낼 ‘전력 계통 선로’가 필요하다. 현재 전력 계통 선로는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력 계통 포화 문제는 전북의 미래 산업 지도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호남 지역의 신규 발전 허가를 사실상 전면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도내 신재생에너지 생태계는 급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에게 연금을 주겠다며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발전 시설을 짓더라도,
한전의 송배전 선로에 연결하지 못하면 그 전기는 단 1킬로와트시(kWh)도 활용할 수 없다. 결국 계통 연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햇빛연금’ 확대는 도민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심어주는 공염불이자,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극심한 불균형, 그리고 중앙 집중형 전력망 구조에 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권은 넓은 부지와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지역 내에서 이를 소비할 대규모 산업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전력 소비가 밀집된 수도권으로 송전해야만 하는 구조다.
그러나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연계 선로는 이미 포화 상태를 초과했다. 발전량이 일시에 몰리는 봄·가을철이면 계통 안정화를 위해 멀쩡한 발전 시설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 제어’ 처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기를 만들어도 버려야 하는 모순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가장 중요한 인프라 내실화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 기조를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한전이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 주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 내에서 효율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할 수 있는 자립형·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우선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프라의 과감한 확충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전략적 활용이다. 일조량이 좋은 낮 시간에 과잉 생산된 전력을 ESS에 보관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방출하는 완충 지대를 도내 곳곳에 확보해야만 계통 과부하를 막고 출력 제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전북에서 생산된 값싸고 깨끗한 신재생에너지를 도내에 유치될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첨단 모빌리티 공장 등 전력 다소비 미래 산업군에 직접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야 한다. 전력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곧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의 강력한 무기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라는 뜻이다. 동시에 중앙정부를 향해서는 전북 차별 없는 전력망 건설을 촉구하는 강력하고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타 지역의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와 비교해 호남권 계통 보강이 지연된다면 이는 명백한 지역 균형발전 역행이다.
기초가 부실한 탑은 오래가지 못한다. 전력망이라는 기초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 ‘햇빛연금’은 사막 위의 신기루와 다름없다. 질적 내실화가 담보되지 않은 양적 확대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전력 계통 포화 해법을 찾아 전북의 에너지 대동맥을 뛰게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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