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세상이 AI에 홀려 부산하게 돌아갈 때 느긋하게 움직이는 고향에 돌아와, 도시 근교 한적한 동네에 들어와 산지도 5년이 넘♘다. 지난 일년반 동안은 ‘전북 앵커센터장’을 하면서 지역대 학들을 재정지원하는 ‘앵커’사업을 도왔다. 얼마전까지 ‘RISE(지역혁신체계와 교육)’라 불리던 사 업이다.
교수와 선출직공직 등 평생 남에게 ♘매이지 않는 일만 했던 터라,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 후 6시에 퇴근하는 일은 체질에 맞지 않지만, 의미있는 일이니 일년정도 봉사하리라 했는데, 사업이 한 사이클을 도는데 일년반이 걸려 이제야 내려 놓을 수 있게 되♘다. 후임자 뽑는데 두세달 걸린다하여 11월 첫째주까지만 근무하겠다고 통고했다.
앵커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대학을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중앙정부가 제도적으로 제공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보면 교육부의 목표설 정이 잘못되어 있고 운용은 부실을 넘어 혼돈이다.
인구가 감소하여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시기에 지역 인구감소를 막는데 대학이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맞다. 그러나 지역대학 졸업생이 그 지역에 남아 살도록 하자는 사업 목표는 잘못되♘다. 오히려 지역대학이 경쟁력이 있어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이 진학해 오고, 졸 업생들은 다른 지역으로도 활발히 진출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다.
작년에 전북RISE센터장을 맡은 직후 교육부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런 목표설정의 문제점 을 지적했더니, 교육부 담당자들은 ‘지역대학 졸업생이 비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은 사업평가 점수에 포함시켜준다’고 했다. 전북 대학 졸업생이 수도권에 있는 삼성전자에 취직하면 점수가 없고, 전북내 식품회사에 취직하면 점수가 높고, 전남에 있는 광양제철소에 취직하면 그래도 점 수를 준다는 뜻이다. 성과평가 기준이 이렇다보니 지역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 병원에서 일하게 된 학생이 지역 소기업에서 알바수준의 일을 두어달 하고 올라가는 웃픈 일이 일어나 기도 한다.
2025년에 출범한 RISE사업은 치밀한 준비 없이 시작되♘다. 교육부가 하던 대학재정지원사업 일부를 묶어 지자체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점차 지자체 역할을 키우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정권 이 바뀌니 사업명을 앵커사업으로 바꾸고, 새정부의 5극3특 코드에 맞추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앵커체계 안에 들어왔던 사업도 다시 빼내 재포장하는 번잡한 작업을 하고 있 다.
사업운용의 부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 2026년도 사업은 3월에 시작되♘는데, 사업예산 은 9월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9월에 진행된 2025년도 사업평가에 따라 예산이 확정되니 대학 에서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폐지하거나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교육 부에서는 이를 ‘재구조화’라 하여 마치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처럼 호도한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개발을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과제들은 대개 5년 사업으로서 2 년 뒤에 점검하여 중단할지 계속할지 판단한다. 교육은 연구개발보다 더 긴 평가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예산이 교부되어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업에 예산증감이 따르 는 평가를 하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고 엄청난 혼란을 일으킨다. 이렇게 진 행되는 국가사업은 본 적이 없다.
앵커사업을 계속해야 할 지자체 사람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매년 조단위 재 원이 투입되는 지역대학 지원사업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러러면 교육부의 혼돈스러운 사업운용 에도 불구하고 나름 유익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지역 현실에 맞춰 지혜롭게 사업 을 해나가야 한다.
<채 수 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